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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7> 북한에서 생활-부제 : 빈곤하지만 평온한 표정의 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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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체험담
등록일2016-03-21 14:42:35
작성자게시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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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7> 북한에서  생활

부제 : 빈곤하지만 평온한 표정의 북한 사람들

 

<<이 글은 제가 2000년 5월 30일~6월 19일까지 20일 동안 북한에서 경수로 건설 사업중 비파괴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험한 것을 회상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유류 저장탱크의 용접 작업이 마무리 되어 가자 나는 이 용접 부위에 비파괴 검사를 적용하여야 할 검사 공정이 되었다.

비파괴검사(非破壞檢査)란 한자로 파괴(破壞)를 하지 않고(非) 검사(檢査)를 한다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철판을 이어 붙인 용접 부위와 파이프를 붙인 용접 부에 용접을 하는 과정에 결함 즉 갈라짐이나 구멍, 또는 불순물이 용접 부위에 들어가서 수명을 단축하고 때론 여기에서 압력으로 인해 기름 유출이나 파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검사를 하여 발견시 사전에 보완 및 수정하여 그 시설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는데 비파괴검사를 하는 목적이 있다.

비파괴검사 방법에 따른 주요 종류는 방사선을 이용한 X-ray선 및 r-ray선 검사, 초음파를 이용한 초음파탐상검사, 자석의 성질을 이용한 자기탐상검사, 침투하는 액체의 성질을 이용한 액체침투탐상검사, 맴돌이 전류를 이용한 와류탐상검사, 기체 및 액체의 누설을 이용한 누설탐상검사, 확대경이나 거울 기타 기구를 이용하여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육안검사, 열을 감지하여 탐상하는 적외선탐상검사 등 방법과 종류에 따라 수십 가지의 검사 법이 있으며 이상과 같은 검사 법이 비파괴검사에서는 주로 이용되며, 이곳에서는 초음파탐상검사와 자기탐상검사 등을 이용하여 용접 부위의 결함을 찿아내는 비파괴검사를 수행하였다.

여기에서의 유류탱크 설치에서 용접 검사에 이르는 공정에서 모든 과정이 수월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요한 장비나 기자재 등을 충분히 준비하여 왔으나 그래도 하나씩 빠트리고 안 가져온 기재가 있었으며, 이곳에서는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초음파탐상으로 검사를 하고 있는 나를 북한 근로자들은 자못 신기한 표정으로 관심 깊게 나의 움직임과 장비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럼으로 나는 더욱 신중하면서 때론 갸우뚱거리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용접부 검사 부위를 정밀하고 세밀하게 검사하며 무엇인가 기록을 하였는데, 그 때 그 북한 근로자의 표정은 그 궁금증이 절정에 다다랐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으며 뭐라고 나에게 곧 물어 볼 것 같은 머뭇거림의 제스추어가 있어서, 나는 더 이상 그 궁금증을 풀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궁금증은 바로 큰 어떤 문제가 발견된 게 아니고 용접 부위에서는 으레 나오는 기공이라는 무시할 수 있는 작은 결함이었는데 시간이 넉넉하고 해서 유심히 살피면서 탐상을 하였던 그 과정이었다. 알고 보면 좀 우습지만 그래도 컴퓨터 같은 첨단 최신 장비를 가지고 용접 부를 검사하는 장면이 시선을 끌기엔 충분하였던 것 같다.

이곳에 비파괴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파견되지 않았음으로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시공을 하는 업체 사람의 도움으로 그래도 검사를 수월히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으로 이러한 시설의 비파괴검사를 수행한다면 모든 검사 준비가 된 상태에서 2일정도 검사를 하면 끝나는 업무였는데도 이곳에서는 제작하는 중간 중간에 비파괴검사를 적용하여 하루에 검사 할 수 있는 업무량이 너무 적어서 검사를 하는 시간보다는 대기하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였다. 대략 2일간의 검사를 20일간에 나눠서 했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여유 속에 오전에 검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이곳 주민의 생활상을 보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였다. 이곳 건설 부지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 모래를 채취하는 남대천이 있는데 그곳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과 떠나 보았다. 남대천으로 가는 길은 2차선 도로 폭만큼의 넓이에 경지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논의 중간을 가로질러 비교적 반드시 뻗어 있으며 비포장도로로 흙먼지가 많이 날리며 논에는 북한 주민들이 한참 모내기를 하느라 분주히 일을 하고 있으며 듬성듬성 길옆으로는 마을이 근접해 있었다.

마을 옆을 지날 때는 정말 신기한 듯 집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빈곤 생활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흙으로된 벽에 방안도 벽지로 도배가 되어 있지 않고 그냥 흙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담장은 마른 나뭇가지를 엮어서 이웃집과 경계를 이루었고, 그냥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이 상태로 추운 겨울을 나기엔 무척 춥게 느껴졌었다.

북한 주민의 삶의 보금자리요, 휴식처요, 가족의 둥지이자 한 가정을 꾸리는 그 초라한 집에서 비곤 생활과 식량 부족 그리고 전력난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쓰러질 듯 하면서 지탱하고 있는 이 평범한 주민의 집안에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길가에서 마주친 북한 주민의 검게 탄 피부와 굵은 주름 속의 얼굴에는 그러한 빈곤과 삶의 고통은 찾아볼 수 없이 그냥 무덤덤하게 일상에서 평범하게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의아스럽기까지 하였으나 그러나 어떻게 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의의 경쟁과 정당한 노력의 대가보다는 남을 짓밟고, 모함하고 헐뜯는 생활이 일상화 되어 있고, 남이 잘 못되는 것을 자기의 즐거움으로 삼는, 그런 비뚤어진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모방하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의 그런 일부 사람들의 표정보다는 훨씬 평온하고 정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비록 풍부하지 못하고 부족하고, 빈곤하고,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다고 가슴과 마음까지 빈곤하리라던 우리의 선입견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정신적 공항에 빠지고, 돈이라면 이 세상 무엇이라도 다 살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배어 있는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무조건 돈과 결부시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 어찌 같은 사람이 점퍼 차림의 티코 승용차를 타고 호텔에 갔을 때와 최고급 그랜저 승용차와 양복 차림을 하고 갔을 때 그 대우와 쳐다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 자체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돈의 노예로 전락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차가운 가슴과 허울보다는 가진 것은 부족하더라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가.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인 격차가 20년이든 100년이든 그것이 중요하겠는가. 차라리 더욱더 황폐한 삶보다는 다시 20년 전의 그 옛날로 돌아가는 게 우리의 현재 삶보다는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