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길세상보기

전북 순창 강천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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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여행기
등록일2016-03-21 09:52:34
작성자게시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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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 2007. 6. 30. 

- 산행지 : 강천산(583m) 전북 순창군 소재.

 

작년에 한참 산에 빠져서 산에 다니다가 그 후 시들해 졌는데 요즈음 다시금 산에 다니고 있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서 좋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의 마음을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묻지 않아서 좋고,

어머님의 품처럼 그저 포근히 감싸줘서 좋고,

언제 오르든지 첫발을 내딛을 땐 누구라도

오르막의 그 힘든 과정을 겪게 하고

그리고 내리막길로 위로를 해주는 그 변함없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어서 더욱 좋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군!

기와지붕의 단아한 격조와 고풍스런 마을을 지나서 강천산 입구에 다다랐다

정감이 있고 인심이 풍부할 것 같은 예감에

산 입구에서 첫 발걸음부터 우리를 맞아준 사람은

홍보를 위하여 나와 있는 몸매 짱! 각선미 짱! 얼짱! 언니들의

프로모션의 장으로 무엇인가 얼음을 둥둥 띠워 신원한 음료를 주었고 그리고 덤으로 치약만한 튜브에 순창찹살 고추장을 선물로 모든 등산객에게 나눠주었다

뭐니 뭐니 해도 공짜로 얻는 즐거움은 기쁨이 두 배. 

 

처음 도달한 병풍폭포의 위세에 그 높이를 가늠하느라 하늘높이 쳐다보다 그만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이 강천산은 해발 583m로 그리 높지 않다보니 사람들에게 만만이 보지 말라며 병풍바위의 그 폭포로 위압감을 조성하는 듯 했다.

 

 

등산로로 진입하자 곧바로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올라가려니 금세 발목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옴을 느낀다. 나는 선두대열을 포기하고 쉬엄쉬엄 발목의 뻐근함을 달래주며 올랐다, 낮은 산이라 여겼지만 가파른 길은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산이 높으나 낮으나 처음 오를 때는 모두 힘들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그러나 머지않아 산 등선에 올랐다

 이제 능선을 타고 가니 그야말로 산길 오솔길을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이다

강천산 정상에 금세 도달하여 여기서 점심을 먹고 형제봉을 지나니 산위에 저수지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작은 하늘아래 호수처럼 잔잔하게 물결들이 숨죽이며 고요히 있었다.

 

하산하는 길은 등산이라기보다는 하이킹을하는 기분처럼 여유가 있었으며 관광온 기분이었다. 산책길은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작은 모래를 깔아놓아 모두들 맨발로 하산하였다, 나도 덩달아 건강에 좋다하니 맨발로 걸었었다, 그때 옆 사람을 보니 아주 흐뭇한 맨발 발걸음으로 걷고 있기에 발바닥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건강하면 발바닥이 아프지 않는 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는 발바닥이 따가옴을 꾹 참았다 실제로는 모래알이 아니라 압전위를 걸은 듯 따가움이 느껴졌었다 그래도 건강에 좋다하니 걸어야지 하고 그냥 걸었다.

 

산위에서 내려오는 저수지 물줄기로 제법 깊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 수심은 키를 넘는 깊이였다, 여기서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하였다, 나 또한 온몸을 물속으로 들어 미니 아! 이 시원함이란 이루 표현 할 수가 없다,  이곳은 계곡이라기보다는 수영장 같았다, 물개처럼 수영을 잘하시는 분들이 부러웠다 이렇게 깔끔하게 땀방울을 씻겨 버리고 있는 사이 산 관리원의 호각소리에 그리고 20만원의 벌금이라는 위압감에 쏜살같이 하산 길을 재촉 하였다.

 

조금 더 내려오니 두개의 봉우리를 연결하는  철재로 된 구름다리로 올라갔다, 높이가 50m, 길이가 75m란다, 제법 흔들거림과 아래를 내려다보니 휘둥그레 아찔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나는 어려서 고향집 뒷산(전남 월출산)의 구름다리를 밥 먹듯 다녓던지라 이정도의 구름다리는 그냥 그네에 올라탄 정도였다, 그런데 내 앞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서 이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다리가 비틀비틀 벌벌 떨면서 그리고 앙앙 울면서 가는 게 아닌가, 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 칠 리 없는 짓궂은 우리 회원님이 그 겁먹은 애들한테 하는 말

 

 “ 어이 학생들! 그냥 걸으면 무서우니 앞을 보지 말고 바로 아래쪽 땅을 보고 걸으면 안 무서우니 그렇게 걸어봐” 그 말을 듣고 난...아이고 저 먼 곳을 보고 걸어야 안 무섭지 땅을 보고 걸으면 멀쩡한 우리도 아찔하게 보이는데 이게 웬 귀신 추락하는 소리람. 하여튼 재미난 광경 이었다.

 

 

여유 있게 내려오면서 호남의 금강산답게 경관이 뛰어 났으며 관리도 잘해져 있었다, 산 아래로 다 내려 올 즈음에 조그마한 절 강천사에 잠시 들었다, 이곳은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답지 않게 왜소하였다.

 

 절을 들어갈 때 첫 관문인 사천왕문도 없고 절을 둘러싼 돌담도 없다 들어가는 길이 너무 편안했다.  이 절은 6.25 그리고 그전에도 2번이나 다 소실되고 다시 복원한 곳이라고 한다, 절의 지붕을 보고 언뜻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의문화답사기"의 유홍준작가가 그토록 찬양했던 절의 맞배지붕의 단아한 기품이 여기에도 있었다. 화려하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면서 하산 길에 올랐다.

 

하산하여 먹는 음식이란 그 무엇을 주어도 맛있는 법이다

우리는 콩국수를 단체로 먹었다

원래 콩국수란 약간 짠듯하여 시원하게 들이키는 국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여기서 먹는 콩국수는 소금은커녕 설탕을 가득 넣었으며 그것도 부족해서 식탁위에 하얀 백설탕을 한 그릇씩 놓여 있었다. 부족하면 더 넣어 먹으라는 것이다.

 

모두들 이 콩국수를 먹는 인상이 하나같이 울뚝 불똥 뭔가 모를 맛에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명 음식의 고장 이곳에서 이렇게 황당한 맛을 느낄 줄이야 그리고 잠시 후에 나름대로 그 원인을 나는 찾아내었다.

내가 내린 콩국수 맛이 달다란 결론은 등산을 하고 나면 피로가 쌓이고 피로에는 설탕물등 단것을 마시면 피로가 더욱 빨리 풀린다는 것을 알고

그 주방장이 우리를 위하여 인심도 푸짐하게 설탕을 넣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그 생각을 하고 다시금 남은 콩국수를 먹으니 맛나게 느껴져서

한 방울의 국물도 남김없이 들이켜 마셨다.

무릇 음식은 촉각으로 먹는 것 보단

마음으로 먹으면 독약도 보약이 되는 것은 아닐는지.

 

 

p.s : 오늘 오후(7/1)가 기말시험인데 그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이제 교과서 책을 펴고 목차부터 읽어 내려가야 겠다, 늘어만 가는 F학점의 권총은 언제 다 메울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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