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길세상보기

치악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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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여행기
등록일2016-03-21 09:35:30
작성자게시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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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치악산)

 

강원도 원주 치악산(1,288m) 산행기

 

 

치악산 세렴폭포는? 헐!!

부산에서 버스에 올라타 어리둥절 빈자리 찾아 앉아서 차창을 물끄러미 보는 사이 차는 미끄러지듯 밀양-대구를 지나 어느 사이 치악산 매표소에 다다랐다. 매표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기개와 품격이 있는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와 구룡사 그리고 아홉 마리 용이 놀았다는 투명하게 맑은 물과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룡폭포의 절경은 입이 딱 벌어졌다. 다시 입을 다물고 1시간가량을 더 올라가 세렴폭포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해서 열심히 올랐다,

 

 

그러나 세렴폭포에 다다라서는  다시 한번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어디에도 폭포는 없었고 계곡에도 물이 발바닥에 닿지도 않을 만큼 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잘 어울리는 감탄사 “ 이런!! 헐!!!” 나는 이 짧은 두 마디의 허망한 신음에 가까운 수식어밖에 찾지 못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일단 점심부터 먹고 보자 해서 꿀맛처럼 맛있게 오손 도손 피크닉에 온 기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먹었다 그리고 난 정량보다 조금 더 많이 먹었다 먹고 나니 5분후에 시간이 촉박하여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치가 떨리고 악이 받힌다".

국립공원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해 있고 차령산맥의 한 봉우리로 최고봉은 비로봉(1,288m)이며, 치악산의 원래 이름은 가을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 해서 적악산이라 불렀다한다 그러나 뱀에게 잡힌 꿩을 구해준 나그네가 그 꿩의 보은으로 위기에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서 치악산이라는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옛날 북원적의 양길, 궁예같은 풍운의 호걸들이 넘나들었던 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치가 떨리고 악이 받힌다”는 또 다른 명성으로 이름나 있다고도 한다.

 

 

점심도 먹었겠다. 이제 서서히 치악산을 접수해 볼까나 하고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유유히 발길을 힘차게 내딛었다, 걷기 시작해서 30m도 가지 않아서 만나게 되는 계단이 급격하게 경사진 곳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계단의 중간위치에서 바로 “치가 떨리고 악이 받힌다”는 그 말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실감할 수 있었다

 

 

계단에서 잠시 귀에 작은 소리까지 듣기 위해 집중을 하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숨넘어 갈 듯한 비명소리에 혹시라도 포기하고 내려가실 분 없나요!! 하고 내려가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나도 따라 내려가려고 애타게 그 소리를 듣기위해서 였다. 정말 인내심이 강하신 분들이기에 곧 항복 할 것 같은 현기증에 시달린 얼굴들이었는데 어쩜 한분도 내려가자고 하지 않았는지 의구심만 더해갔다 그렇게 지옥에 간 기분으로 이빨이 흔들릴 정도로 꽉 물고 버티고 계단을 통과했다

 

 

비로봉아! 어디 있니?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돌길이 있으면 푹신한 숲길도 있기 마련, 이건 치악산에는 전혀 상관없는 말 같다. 우리가 가는 코스로는 정상까지 내리막이나 돌길이 아닌 곳은 보지를 못했다 도대체 발바닥이 평탄하게 땅에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울둥 불둥한 돌덩이만 계속있는지, 또 돌아가는 길은 없고 어찌 그리 위만 향해 있는 것인지 다리에 힘이 다 빠져서 흐느적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올라가야 했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으니 30번도 더 넘게 포기할까 하는 생각에 참았으니 열사람을 살린 셈이네…….맞나 모르겠네…….

그래도 선두 쪽에서 올라갔기에 짬짬이 쉬며 어째 나만 그리 힘이 든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역시 세상은 공평해, 막다른 길에선 모두들 다 힘든 기색이 역력하였다 가벼운 사람은 가벼운 대로, 무거운 사람은 무거운 대로,

 

그런데 저 밑에서 올라오는 친구의 헐덕이는 모습을 보니, 아니 저 큰 집채만한 몸둥아리에 땀으로 샤워를 한단 말이가, 레슬링 선수보다도 더 큰 덩치에.....

 

이런 모습을 보고  각자의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역경을 준다 했으니 이렇게 공평한 것을 못보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을 했는지 원……. 그런 것 같다 모두의 삶은 다 같다 그저 옆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우열이 있는 듯하지만 그 나름대로는 아픔과 어려움과 감추어진 고통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어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등산하며 경사지를 오를 때 힘들지 않은 이가 없는 것처럼 살면서 쉽게 사는 사람이 누가 있을 까 를 깨닫고 다시 지친 다리를 어루만지며 정상을 향했다. 언제인가 싶게 정상의 청명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정상에 다다라 갔다 갑자기 힘이 솟는 듯 뭉친 피로가 사라진다.

 

비로봉 정상에 올라서니 끝이 없는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표석과 함께 3개의 미륵석탑이 웅장하게 위엄을 자랑하 듯 서 있다. 정상에서 산하를 내려다보는 이 맛!! 낙오하지 않고 정상까지 잘 왔구나 하는 안도와 끝없는 망설임에 인내로써 잘 버터 온 것에 대한 자신만의 충만함이 더욱 큰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야호!!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는 다면

땀이 있고

인내가 있고

희열이 있고

고독이 있고

그리고 철학과 추억과 낭만을 느낄 수 있기에.....

 

2006년. 8월

김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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